퇴사 버튼

퇴사 버튼을 눌렀다.

퇴사

굳게 마음을 먹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지만, 스타트업과 대기업에 남는 것 사이에서 계속 저울질을 하였고 끝내 퇴사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.

퇴사를 선택한 이유는 가려는 4가지 정도로 간추려졌다.

  1. 스타트업의 성장 = 나의 성장 (개발 역량, 주식 = 돈 …)
  2. 회사는 망할 수 있지만, 내가 쌓은 기술 역량은 영원하다. 개발 역량만 뛰어나다면 스타트업 가더라도 다시 대기업 갈 수 있다!
  3. 현재 회사에서 역량 더 쌓고 3년 뒤, 5년 뒤에 스타트업으로 가려고 해도, 결혼을 하고 책임져야 할 가정이 생기면 현실에 부딪혀 도전을 하기 쉽지 않다.
  4. 연봉. 스타트업은 안정화 된 스타트업과 초기 스타트업으로 나뉜다. 안정화 된 스타트업에서는 자금이 탄탄하기 때문에 연봉을 맞춰줄 수 있지만 큰 성장(자산)을 꾀할 수 없다. 큰 성장을 노릴 수 있는 초기 스타트업은 자금이 탄탄하지 않아서 어디든 연봉을 낮춰서 갈 수 밖에 없다.

결국 현재는 초라할 수 있지만, 큰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고 그 성장이 내 미래를 책임지게 되는 것이었다.

퇴사

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VS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

결론부터 말하자면, 퇴사버튼은 눌렀지만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. 나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이 도전이 굳이 지금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. 스타트업을 가려는 이유 3번에 반하는 결론이었다.

퇴사 버튼을 누르니, 곧바로 현 조직 팀장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고, 다음날 면담을 잡아 무려 4시간 반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.

"퇴사보다는 팀을 바꿔보는 것이 어때요? 인생 선배로서, 학창 시절 나쁜 길로 빠지려는 학생을 보는 것 같아서 그래.
같은 담당 내에서라면 조직 이동이 어렵지 않아요. 내가 반드시 보내줄게."

현 담당 내에 웹 개발 전문 조직이 있어서 이쪽으로 이동해보자는 제안이었다.

이야기가 달라졌다. 조직을 바꾼다는 가정이면, 기술 스택은 동일했다. 웹 풀스택 + AWS 클라우드를 배울 수 있었다. 스타트업에 비해 훨씬 좋은 대기업 처우를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기술 역량을 쌓을 수 있다.

다시 생각해봤다. 쌓을 수 있는 기술 스택이 동일하다면,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?

  1.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웹 풀스택 개발인가?
  2.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스타트업 자체에 도전을 하는 것인가?
  3. 내가 하고 싶은 것이 큰 돈을 버는 것인가?

웹 풀스택이라면 현 회사에서도 배울 수 있게 되었고, 스타트업 자체에 도전하는 것이라면 굳이 지금이지 않아도 할 수 있다. 큰 돈을 버는 것이라면 주식이든 코인이든 다른 방법을 찾아도 된다.

곰곰히 생각해보았다. 이 스타트업이어야만 하는 이유를. 이 스타트업은 3가지 특징이 있었다.

  1. 비즈니스와 서비스 중심. 홍보와 마케팅, 비즈니스 및 서비스로 승부한다
  2. 웹 풀스택 + AWS
  3. 성장가능성 (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10억 정도 투자 유치 : 시리즈A, 데스 밸리 끝)

차별화된 기술 없이 비즈니스와 서비스 중심이기에 개발자인 나로서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면서 마케팅이나 홍보, 기획에 비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.

웹 풀스택 및 클라우드는 회사에서도 배울 수 있는데, 이 스타트업에서만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없고, 해당 스타트업 서비스의 도메인이 내가 관심있는 분야가 아니었다.

내가 성과를 올릴 수록 지분이나 스톡옵션을 더 주는 체계가 아니라, 내가 입사를 하면 임직원으로서 내 돈을 주고 투자를 할 수 있고, 그 투자를 한 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회사가 성장하면 그만큼 내 이득을 취하는 것이였다. 이것이야 말로 비트코인 팔고 알트코인 풀매수하는 격이었다.


사실, 우매했다. 이성을 잃었었다. 현재 몸담고 있는 프로젝트가 너무 힘들었다. 그래서 조그만 자극에도 큰 반응을 내게 됬었다. 반발심이었다. 이 정도로 노력을 하면서 일을 할 것이면 스타트업에 가서 일하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. 뒤를 돌아 보지 않았다. 너무 앞만, 위로만 보고 있었다. 팀 변경을 택하는 것으로 정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졌다.

결국, 비즈니스 중심인 그 스타트업이 성공을 한다면 그것은 내 역량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성공이라고 생각을 하니 내가 이 스타트업을 가야할 이유가 없었다.

하지만, 이 사태로 나는 팀을 변경할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. 그것으로 만족한다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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